우주와 물질에 대한 근원적인 탐구
우리의 우주는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는가?
물질을 구성하고 있는 기본적 구성요소(fundamental building block)들은 무엇일까?
그리고 이러한 입자들은 서로 어떻게 상호작용을 하는가?
이러한 자연의 구조와 작용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에 대한 해답을 얻으려고 탐구하는 학문이 고에너지물리학(high energy physics)이다.
여기서 고에너지란 일반적으로 수백 GeV (수백 109 eV)이상의 에너지를 말하는데, 입자가속기에서 입사입자의 에너지가 높으면 높을수록,
입자의 파장이 짧아져서 물질(표적) 깊숙히 존재하는 자연의 심층구조를 탐색할 수 있다.
따라서, 고에너지물리학의 목적은 가장 기본적인 입자를 탐색하고, 이들의 상호작용을 연구하여 물리학의 최근 이론들을 검증하고
새로운 현상들을 찾아내는데 있다.
현재 우리 세대에서 알고있는 기본적인 입자로는 쿼크(quark)와 경입자(lepton)로 알려져 있다. 쿼크의 종류들로는
u (up), d (down), s (strange), c (charm), b (beauty), t (top)가 있으며, 경입자로는 e (전자), μ(뮤온), τ(타우입자),
νe(전자중성미자), νμ(뮤온중성미자), ντ(타우중성미자)들이 있다.
이것들은 더 이상 쪼개어지지 않는, 내부구조가 없는 우리 시대의 ‘소립자’(elementary particle)들인 셈이다.
하지만, 앞으로 이들의 내부에 존재하는 더욱 기본적인 입자가 발견될 지도 모른다.
이러한 연구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고에너지 입자가속기와 검출기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 중에서 가장 유용한 검출기중의 하나는
원자핵건판(nuclear emulsion)이다. 원자핵건판은 검출기중에서 매우 역사가 오래된 것이지만,
공간분해능이 가장 우수하기 때문에 (약 0.3 μm 정도) 오늘날까지도 여전히 사용되고 있다.
더우기 원자핵건판 검출기에 전자공학적 검출기를 결합시키면 '타우중성미자의 직접관측' 이나 '이중 기묘핵(double strange nucleus)의
탐색'과 같은 다른 검출기로서는 하기가 어려운 최신의 실험을 할 수 있다. 본 연구실은 바로 이러한 원자핵건판을 사용하여
고에너지물리학을 연구하고 있는 국내 유일의 실험실이다.
수행하고 있는 연구
우리나라는 아직 고에너지 입자가속기가 없기 때문에 외국의 가속기를 이용하여 실험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본 연구실은 1960년대 말 이래 우주선(cosmic ray)연구를 시작으로, 미국 페르미 국립가속기연구소 (FNAL),
유럽 공동입자물리학연구소(CERN) 및 일본 고에너지 물리학연구소(KEK)등 세계적인 가속기연구소와
국제공동연구를 하여왔으며, 현재 진행중인 연구는 다음과 같다.
(1) DONUT* 실험 (FNAL E872)
오늘날 자연계에 존재하는 중성미자는 위에서 말한 바와 같이 νe, νμ, ντ 의
세 종류로 알려져 있다. 이들중에서 가장 무거운 입자인 타우중성미자(ντ)는 암흑물질(dark matter)의
강력한 후보이며, 12개의 소립자들중에서 최근까지 발견되지 않았었다.
그러나 한국, 미국, 일본, 그리스 4개국 공동연구인 이 실험에서 우리 공동연구진은 2000년 7월에
‘타우중성미자’를 세계 최초로 발견하는 개가를 올렸으며, 세계적인 관심을 받았었다.
(2) OPERA 실험과 CHORUS 실험 (CERN WA95)
이 실험은 ‘중성미자 진동’(neutrino oscillation)이라는 현상을 관측하려는 실험이다.
중성미자진동이란 중성미자가 진행하면서 한 종류에서 다른 종류로 변환하는 것인데,
이것은 반드시 중성미자가 질량이 있어야 가능하다.
따라서, 만일 중성미자 진동현상이 관측된다면 중성미자가 질량이 있다는 증거가 되는 셈이다.
현대 소립자이론에서 중요한 과제중의 하나가 중성미자 질량의 존재 여부이다.
만일 중성미자가 질량을 가지고 있으면 암흑물질의 강력한 후보가 된다.
암흑물질은 우주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어두운 물질로서,
우주 거대구조의 형성과 같은 우주의 진화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따라서 이 실험은 중성미자의 질량의 존재여부를 확인해줄 수 있을 뿐 아니라,
우주론적인 암흑물질과 관련되어 최근 소립자물리학과 우주론에 매우 중요한 정보를 제공해줄 수 있다.
(3) J-PARC E07 실험 및 KEK E176, E373 실험
이 실험은 원자핵중에서 아주 특이한 원자핵을 탐색하는 실험이다.
보통의 안정된 원자핵은 양성자와 중성자로 이루어져 있지만,
이 실험에서는 양성자와 중성자 이외에 람다(Λ)라는 입자가 2개 들어있는 핵을 찾고있다.
이러한 핵을 ‘이중 기묘핵’이라고 부른다.
양성자와 중성자는 u 쿼크와 d 쿼크로 이루어져 있지만, 람다입자에는 s 쿼크도 포함되어있다.
따라서 이중 기묘핵은 s 쿼크가 2개 들어있는 특이한 핵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이 실험에서는 H-이중 중입자(dibaryon)에 대한 탐색도 할 수 있다.
H-이중 중입자는 6개의 쿼크(uuddss)로 이루어진 아직 발견되지 않은 가상적인 입자이다.
이 실험에서 우리 공동연구진은 이중 기묘핵을 다수 발견하였으며,
이 공로로 2002년도 일본물리학회 논문상 수상한 바 있다.
맺음말
이렇게 본 연구실에서는 자체 제작한 원자핵건판 자동해석장치 3대를 가동하여
중성미자 실험과 기묘핵 실험들을 통해서 물질의 궁극적인 구조와
소립자의 상호작용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다.
이러한 연구들은 우리가 살고 있는 우주와 물질에 대한 근원적인 문제에 대해
탐구해 보고자하는 뜻을 가진 많은 젊은이들이 도전해볼 분야라고 생각된다.
* Direct Observation of NU Tau